2015-09-17

그리니치 표준시를 나타내는 본초자오선이 100m 이동한 이유

지구의 좌표를 위도와 경도로 표기합니다. 극점에 기반한 위도와 달리 경도는 특정 장소를 바탕으로 임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입니다. 세계 공통의 경도 기준을 정하기 위해 천문대를 지나는 선을 본초자오선으로 지정하였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위치는 이곳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경도 0도 0분 0초가 천문대를 지나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옆으로 100m 이동해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리니치 표준시

본초자오선은 런던 외곽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선입니다. 국제회의에서 이곳을 경도 0도로 정하였습니다. 경도가 시간과 연관되어 있기에 표준시를 나타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해보니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리셨더군요. 위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사용제한이 없는 것을 다운 받은 것인데요, 저 사진과 거의 동일하게 선 위에 발을 놓고 찍으셨더군요.

그런데 GPS수신기를 가지고 살펴본다면 무언가 바뀌었음을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경도 0도를 나타내는 본초자오선은 그리니치 천문대의 자오선 표식에서 334피트(약 100m) 동쪽 방향에 이동해 있습니다.

본초자오선 100m 이동

학술지 'Journal of Geodesy'에 실린 논문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천문학(astronomical) 좌표와 측지학(geodetic) 좌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지상에서 좌표를 정했는데, 인공위성으로 GPS를 사용하다보니 좌표계에 약간의 차이가 생긴 것입니다. 천문위도와 지리위도의 차이라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그리니치 표준시 나타내는 본초자오선 100m 이동한 이유


즉 기술 발전으로 인해 본초자오선이 이동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사실 그리니치 자오선은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처음부터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설정된 선입니다. 그런데 지구의 모양은 완전한 구가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그리니치에서의 중력과 연관된 작은 굴곡이 기준자오선의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도 0도에 대한 지구 중심에서 바깥으로의 중력의 방향이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 자오선은 지구의 연직선 방향에 의해서 정해지며, 연직선은 중력과 측정 방법에 의해 결정됩니다. 연직선은 중력의 방향을 나타내는 선입니다. 즉 지구 수평면과 직각을 이루는 선입니다. 경도를 측정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지상의 지역적 조건 즉 중력의 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반면에 GPS를 이용하는 방법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에서 나오는 전파를 지구에서 받아 전파의 도착시간과 위성의 위치로부터 정확하게 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굳이 그리니치에 새로운 경도 0도 표식을 설치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기존의 선이 표준시간을 정하는 기준인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기술발전으로 GPS로 측정한 값이 달라서 생긴 일이지 역사적으로 인간이 처음부터 잘못 설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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