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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8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12가지 스토리 법칙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다가 서점에서 구매를 하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는 2012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어 반응이 아주 좋았나 봅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초반부를 읽다가 다 읽고 반납하며 끝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다 읽은 후에 책을 사왔습니다. 아래 사진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의 사진입니다. 두 번째 읽은 후에는 제 옆 책상에 놓인 새 책 사진을 가지고 리뷰를 다시 쓰려합니다.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12가지 스토리 법칙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저자인 리사 크론은 미국에서 출판사 편집자로 경력을 시작합니다. 이후 방송사에서 프로듀서로 대본과 작가에 관한 일을 하고, 마침내 할리우드에서 영화사 일을 합니다. 시나리오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TEDx에도 나와서 강연을 했나보네요. 이야기와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잘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부제가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12가지 스토리 법칙'입니다. 12장에 걸쳐서 이야기를 어떻게 글로 서술할 수 있는지 세세히 들여야보고 있습니다. 일반적 글쓰기가 아니라 소설과 대본을 쓰려는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작가가 쓰려는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해야 독자의 머리 속에 옮겨 놓을 수 있는지 탐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단순한 감정적이고 감각적인 설명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공학적인 접근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치 자신의 책에서 주장하는 방식처럼 말이죠. 저자는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아이디어나 창조적 영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수학' 부족하기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의 책처럼 설명을 하는 글만이 아니라, 창조성이 필요한 문학작품에 대해서도 스토리를 제대로 구성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12가지 스토리 법칙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이제 단순히 소설가와 극작가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산문이라 하더라도 스토리 요소를 넣는다면 더 흥미로운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사물이나 진리를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글이든지 이야기적 요소가 들어가면 재미있어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풀어내어 독자를 끌어당기기는 쉽지 않죠. 왜냐하면 마지막 장의 부제인 '쓸 때의 뇌와 읽을 때의 뇌가 다르다'는 말처럼 읽을 독자를 위해 쓰기보다 저자 자신을 위해 쓰끼 때문입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며 글쓰기의 근본적 난제일지 모르니다. 이게 대해 이 책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를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2015-10-11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 파트릭 모디아노

파트릭 모디아노가 이 소설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를 출간한 시기는 2007년입니다. 그의 문학 여정의 거의 마지막에 나온 책입니다. 그리고 2014년에는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받습니다.1968년에 첫소설을 출간한 이후 46년만이네요. 정말 대단한신 분이군요.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파트릭 모디아노

저는 저자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얼마전에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검증을 마쳤다고 봐야하겠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을 검증할 수는 없겠지만, 어쨋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지는 봐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제목도 독특한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는 앞서 읽은 책과 마찬가지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파트릭 모디아노


이 소설은 이야기의 단순한 시간적 흐름이 아닙니다. 이번 작품에는 여러 화자가 나와서 말합니다. 그들 각자의 진술을 읽어가면서 전체를 조합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사소한 내용이라도 놓치면 전체를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마지막에 있는 번역자의 해설을 읽고 내용을 이해했습니다. 그만큼 알기 어렵다는 말이 아니고, 제가 건성으로 읽었다는 반증입니다. 적당히 속독하면서 읽어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어려운만큼 집중해서 빠져들어 읽는다면 독자가 받는 느낌은 다를 듯 싶습니다. 복잡한 구조물이 최종적 결말을 향해 치밀하게 이어져가기 때문입니다. 4명의 화자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과거의 기억을 찾아갑니다. 숨겨져있던 이야기와 심리적 상황이 참츰 서로 찾아가게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참으로 치밀하게 소설 전체를 구성한 듯 보입니다.


최근 소설을 주로 읽어가고 있는데, 이야기를 만드는 솜씨들이 대단합니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노벨상까지 받은 분이니 추가적 설명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두번째 책인데도 아직 저자의 화법에 익숙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소설을 자꾸만 속독으로 읽어가려는 제 버릇도 문제입니다.

앞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리뷰에서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너번 읽어야겠다고 말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읽기 싫었다면 골라오지도 않았겠죠. 빌려와서는 왜 여전히 속독으로 읽었을까요? 아무래도 요즘 복잡한 제 심사가 문제인 듯 싶긴 합니다. 아무튼 저자의 다른 책을 또 읽어봐야겠습니다.

2015-09-13

크레인 - 라이너 침닉

라이너 침닉의 그림이 들어간 동화책입니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삽화라고 부르는 종류이고요, 동화책이라기 보다는 어른을 위한 가벼운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다른 책에 그림을 그려주다가 내용이 마음에 안들어서 직접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 쓰기 시작한 계기가 흥미롭네요. 최근 '낚시꾼 요나스'를 읽었었는데 처음 쓴 3권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곧이어 '크레인'과 같은 여러 책을 출간하게 됩니다. 1954년의 일이네요.

크레인 라이너 침닉

크레인, 라이너 침닉


출간된지 오래되었지만 아무래도 동화책 스타일이기에 지금 읽어도 내용전개에는 이상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2차 세계대전 후의 시대상황을 반영하여 글을 썼다는 것을 알면 좋습니다. '크레인'에서도 운좋게 크레인 기사가 되어 행복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이상한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친한 친구가 군대를 가고 제방이 무너져 주위가 바다가 되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과 이후 혼란한 시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말에 가서는 차츰 정비되는 시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드디어 은퇴하여 친구 독수리와 쉬기 위해 떠납니다. 사회와 인간의 위대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아주 무겁지도 않으면서, 약간의 감동도 있고, 그림책이니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낚시꾼 요나스'에 비하여 이야기 전개가 산만합니다. 저자는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그림 동화책을 쓰고 그린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 일러스트레이트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무언가 이상합니다. 매번 훌륭한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니 몰랐는데, 이번 책을 읽어보니 조금 부족한 스토리가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만 콕 집어서 어떻다고 말하기에는 제 실력이 부족하네요. 앞 뒤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점핑합니다. 당위성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렇지만 이 책은 장편소설이 아닙니다. 어린이가 읽기에 조금 어렵다 보여지지만 아무튼 그림이 들어간 동화책입니다. 그렇게 보면 아주 훌륭합니다. 다만 옮긴이의 말은 참조하세요. 번역자는 20번쯤 읽었다고 합니다. 번역을 위해 원작을 많이읽기는 하지만,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반복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나서 주제를 '책임지는 사랑'이라고 표현하게 됩니다. "그 말이 '크레인'과 잘 연관된 말인지는 잘 모른다."

2015-09-12

여자의 빛 - 로맹 가리 장편소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과 유사한 모티브의 소설이 아닙니다. 어떤 여자의 관심사나 아픔이나 기쁨에 대해 쓴 것이 아닙니다. '여자의 빛'은 로맹 가리의 장편소설로서 하루 동안에 일어났던 연애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남여 두 사람이지만 남자 주인공이 비중이 큽니다. 서술되는 시점도 남자 주인공에게 있습니다. 미셸이 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여자의빛 로맹가리 장편소설

여자의 빛, 로맹 가리 장편소설


번역자는 해설에서 '여자의 빛은 사랑의 빛과 동의어에 가깝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여자의 빛은 남자의 주관적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바라본 사랑의 빛'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러한 빛을 대하는 상대방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눈을 뜨게 하는 빛이 아니라 너무 강렬해서 눈을 감게 만드는 빛이죠. 어떤 사물에 비추어서 관찰자가 보게 하는 빛이 아니라, 관찰자에게 비추어 주위를 못보게 하는 빛입니다.

아마도 남자 주인공의 처지가 이러한 강렬함과 몰입을 이끌고 있을 겁니다. 여자에게서 빛을 발견해야 하는데, 자신의 빛으로 여자를 비추면서 사랑을 찾으려 하니 어렵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미셸도 진정한 사랑을 구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단지 자신의 본능을 따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번역자가 말한 '여자의 관점에서 쓰였다면 '남자의 빛'이 제목이 되었으리라'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미셸과 부인, 여주인공 리디아와 남편. 이렇게 4명은 모두 정상적 상황이 아닙니다. 그런 불안하고 위험한 인생 경로에서도 사랑은 여전합니다. 결국 빛이니까요. 그것이 저자 로맹 가리가 말하려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 삶에서 진정한 빛을 찾을 수 없겠지만 우리는 찾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빛은 사랑이니까라고 말이죠.

2015-08-30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파트릭 모디아노

읽기전 예상과 다른 전개에 처음부터 당황스러웠습니다. 결론에 이르러서도 도대체 갈피를 잡지 못하겠더군요. 제목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이고, 뒷표지의 소개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추리소설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처음 장면에서 탐정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은퇴하는 탐정을 떠나 자신의 과거를 찾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그래서 추리적 내용전개가 이어지리라 생각했었습니다. 이후에도 자신의 과거를 찾아 여러 사람과 만나고 증거를 찾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지만 점차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정체를 알기 힘들어졌습니다. 중반부에 나오는 편지나 여러 인터뷰 장면들도 전체 스토리 구조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기 힘들었습니다.

길이가 제일 긴 '서른 일곱'장의 이야기가 전체의 핵심입니다. 프랑스 국경에서 있었던 사건들은 그나마 다른 챕터보다 상세하게 내용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종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 힘들었습니다. 저자는 일반적 소설과 같이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것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나봅니다.

프랑스 문학상인 콩쿠르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정말로 비평가들이 좋아할 듯 보였습니다. 저자인 '파트릭 모디아노'는 2014년에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죠. 번역자인 김화영선생께서 극찬하셨듯이 정말로 좋은 작품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제대로 읽으려면 최소한 서너번은 더 읽어야 할 듯 보였습니다. 어떤 결말이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문장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슬픔에 대해 느끼며 읽어야 할 듯 싶네요.

2015-08-16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요새 로맹 가리의 소설을 계속 읽고 있습니다. 최근 다른 분야보다 소설을 우선적으로 읽으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세상에는 워낙 많은 작품이 있어서 고르기 힘들더군요. 그런데 로맹 가리의 글들은 골라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기에 자꾸만 빠져들게 됩니다. 글 사이로 매혹적 순간이 자꾸 나타납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장편이 아니라 16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것입니다. 모두 비슷한 분량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표제작이 가장 분량이 긴 듯 싶습니다. 내용 전개도 복합적이고 결론도 묘한 여지와 여운을 남깁니다. 거의 모든 작품이 마지막에 반전으로 이루어졌는데 표제작은 모든 면에서 약간 더 복합적입니다. 장편소설과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 이어질 듯 한데 단편 분량으로 끝나버립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16편의 작품들은 모두 놀랍습니다. 우선 장면과 인물 묘사가 정확하고 정밀하다고 해야할까요? 생각보다 긴 분량을 통해 나오는 인물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모든 소설이 이 정도로 충실히 설명하면서 시작하나요? 장편도 아니고 단편소설인데도요. 소설을 써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긴 문단을 설명과 묘사로 이어가면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로맹 가리의 묘사에서는 그러한 면이 없다고 느껴졌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길게 설명을 쓰면서도 일순간 한 장면을 본 듯이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제가 평소에 소설을 별로 읽지 못했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며, 로맹 가리가 워낙 대가여서 잘 쓰시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들었을 겁니다. 그래요, 저자의 다른 작품을 더 읽고 싶네요.

초반부 묘사 외에도 내용 전개가 이어지면서 심리적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도 놀라웠습니다. 인간 내면과 심리에 대해 저자의 깊은 통찰이 느껴졌습니다. 그러고보면 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냥 빠져들기 보다는 어떻게 쓰셨나 살펴보는데 더 주력했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소개글에서는 이 단편집이 한국 소설가들의 교과서 같다는 말도 보았습니다. 정말 교과서 본문 처럼 16편의 글들에 내용 구성이나 글 전개방법과 같은 부분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놓여진 극적 반전이 대단했습니다. 인간 심리에 대한 근본적 현실을 다시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결론에서 세상을 반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반전이 사실은 특이하거나 특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인간이 사는 삶은 그러한 특별한 순간과 환상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살면서 평범하다고 스스로를 여기지만 실제 근원을 보면 환상의 순간이 숨겨져 있습니다. 놀랍거나 끔찍하거나 말이죠. 저자는 그러한 진실을 독자에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로맹 가리를 읽으려 합니다.

2015-08-03

스토너 Stoner - 존 윌리엄스

참 여운이 깊은 소설이다. 아마도 나는 소설 읽기에 대해 묘한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최근 일부러 여러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좋은 작품들은 나름의 감동을 주지만 뭔가 모를 한계가 있다고 느꼈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Stoner'를 읽으면서 정말로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단지 내가 많이 안읽었을 뿐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스토너 Stoner 존 윌리엄스

자잘한 말솜씨나 문학적 기교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현란한 문장으로 아름다움을 강요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페이지마다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은 오랜 기간 인기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밋밋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처음에 책 뒤 페이지에 나온 설명을 참조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의 인생 이야기를 단순하게 적었다길래 그렇게 알고 책으로 들어갔다. 처음 몇페이지는 그랬다. 하지만 영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겪게된 사건은 주인공을 변화시킨다.

스토너 Stoner, 존 윌리엄스


스토너는 시간을 멈춰 세우는 문학의 놀라운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일평생 하게될 사랑을 만났다. 그리고 65년의 생을 묵묵히 견디며 살게된다. 그런데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는 말의 의미가 뭘까? 평범해 보이는 인생에서도 몇번의 특이점이 출현한다. 평생의 악연인 아내 이디르를 처음 만날 때 주인공은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기쁨이 악몽이 되는 것이 인생이다. 딸 그레이스는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그러나 모녀 간의 애정을 아내 이디스는 단절시키려 한다. 동료교수 로맥스와의 악연도 어쩌면 누구나 겪는 고통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캐서린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중심에 있다. 주인공의 밋밋한 인생과는 왠지 동질감을 주지 못하는 사건이다. 결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불륜이지만 스토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를 비판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처음 세미나에서 만난 이후 다시 인연을 되기까지 삶의 고통이 그를 괴롭힌다. 로맥스의 악의적 행동에 스토너는 항의하다가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11장 마지막에서 소설의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가 나온다. 연구에 몰두하던 서재를 뺏어간 아내와 학부 초년생에게만 강의하게 만든 로맥스로 인해 주인공은 무기력에 빠진다. 그때 연구실에서 창 밖의 겨울풍경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한 페이지 가득한 묘사는 스토너가 처음 문학과 만난 장면과 같은 부류이다. 인생은 여전히 신비롭다는 사실을 가끔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12장 중간에 캐서린을 다시 만나 이야기하고 떠나자, 다시 아름다운 저녁 풍경을 묘사하는 반 페이지의 장면이 나온다. 작가는 정말로 놀라운 두 개의 문단 사이에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고 기쁜 대화를 배치해 놓았다. 스토너와 캐서린의 안타까운 이야기.

그리고 짧은 문장이 이어진다. "그렇게 그는 연애를 했다"

사실 스토너는 무언가 제대로 해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실패라고 할 수도 없다. 일반적 독자는 주인공이 여러가지 면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인터뷰에서 주인공의 삶을 훌륭했다고 말한다. 최고로 인정받지는 못했을지라도 종신교수로 평생 문학연구를 하였고, 자신이 애정을 가진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독자들은 번역자처럼 로맥스에 괴롭힘 당하고 이디스와 이혼을 못하고 딸 그레이스를 만나지 못하고 캐서린과 헤어지는 무능력을 안타까워한다.

과연 우리가 스토너라면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죽으면서 주인공은 아내에 대해서도 '후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 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러라면"
결국 스토너가 이루지 못한 꿈과 실패는 그의 몫이다. 그러나 그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비판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마지막 장에서 문장 사이로 세번 이어지는 스토너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살면서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이다.

2015-08-02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로맹 가리)

어찌보면 아주 간단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자그마한 모티브에서 착안하여 상상력으로 전체 구조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 결론에서 출발하여 주인공의 인생에 대해 탐구하였다. 전체 구성은 주인공 모모가 세 살 때에 로자 아주머니에게로 와서 이후의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삶의 문제와 고민에 대해 가벼우면서 깊게 파고들고 있다.

자기앞의생 에밀아자르 로맹가리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로맹 가리)


'자기 앞의 생'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로맹 가리의 소설이다. 프랑스 문학상인 공쿠르를 이미 수상한 작가는 이 작품으로 다시 한번 더 수상하게 된다. 자신의 문학적 탐구를 위한 시도로서 가명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공쿠르 아카데미는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상을 수여하게된다. 작품이 좋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네 권의 책을 내면서 동시에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도 출간하게 된다. '여인의 빛'이란 작품에 대해서는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를 표절하여 든다'는 혹평도 받았다고 하니 흥미롭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소설이 아닐까. 주인공 모모를 내세우지만 이 소설에서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는 대상은 다른 사람들이다. 작가는 그들을 모모의 눈으로 보면서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서 우리가 살고 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탐색하고 있다. 소설 앞부분 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며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삶의 이야기는 다른 어떤 진실 보다 독자를 끌어당긴다.

처음 몇장은 인간의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1장 마지막에서 식료품점 주인이 모모에게 하는 행동에서 주인공만이 아니라 독자들도 희망을 맛보게 된다. 살면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도 생긴다. 마치 기적처럼. 3장에서는 슬픔을 만나게 된다. 우는 것은 인간의 정상적 행동이다. 모모는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실의 슬픔을 가장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아픔.

저자는 3장에서 소설의 결말을 미리 알려주었다면, 11장에서는 결론 이후의 생에 대하여 미리 알려주고 있다. 가장 서두에서 언급했던 희망을 다시 만나게 된다. 더 구체화되고 실재적인 삶의 희망. 나딘을 처음 만나고서 모모는 '갑자기 내 속에서 희망 같은 게 솟았다'라고 말한다.

1장 가장 앞에서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라고 질문한다. 이에 하밀은 '그렇단다'라고 답한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상식과 같은 이러한 대화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리고 1장 마지막에서 주인공과 독자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제 11장에서 희망의 실체를 보게 된다. 아직 결말이 어떤 내용일지 알 수 없는 소설 앞부분이지만, 만약 해피엔딩이 된다면 나딘이 열쇠일거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아니 반드시 희망이길 바라면서 뒷부분을 읽게 된다.

그리고 결말에 다가갈수록 오히려 현실에 가까워진다. 약간은 비현실적인 결말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회뉴스에 나올법한 내용이다. 살고 죽는 이야기는 그렇듯 비현실적이면서 구체적이고 뉴스와 같다. 묘한 뒤섞임과 복잡함이 우리 앞의 생에 놓여있다.

2015-07-27

픽션 소설 쓰기로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기술 향상과 트라우마 극복

매일 아침마다 소설가는 소설을 씁니다. 그런데 과학 연구에 따르면 이렇듯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추가적으로 얻는 이득이 있다고 합니다. 소설 쓰기로 심리적 안정과 생산성 향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술 향상과 트라우마 극복에도 도움이 됩니다.

픽션 소설 쓰기 심리적 안정 사회적기술 향상 트라우마 극복

픽션 글쓰기로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기술 향상


픽션은 아니지만 글을 쓰면 얻는 효과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편안한 환경에서 생각과 감정을 쓰게 되면 얻는 유익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연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글로 적어 표현하면 얻는 장점에 대한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연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기록하는 사람일수록 3개월 뒤에도 사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픽션에 대해서는 집필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반적 글이 아니라 소설가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별로 없습니다. 대신에 소설을 읽으면 사회적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는 있습니다. 픽션이 아닌 자서전과 같은 글에 대해서는 쓰기가 긍정적인 심리효과를 준다고 합니다.

소설 쓰기로 긍정적 현실도피와 트라우마 극복


또한 글을 쓰는 행위는 현실도피의 기능을 합니다. 자신의 일에 완전히 만족하는 사람은 통계적으로 절반을 약간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설을 쓰면 일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는 일로 바쁘고 분주하더라도 자신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행동으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가 현실 도피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2005년에 '표현 쓰기'에 관한 연구에서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픽션을 쓰면 얻는 이득입니다. 글쓰기의 치유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경우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심리 외에 신체적인 이득도 있습니다. 2013년에 학술지 'Psychosomatic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생체검사 후의 회복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05-0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편지와 SF와 추리소설의 조합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 작가인가 봅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반적 소설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는데, 표지부터 워낙 지저분하고 낡아 있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대기하여 빌려온 것인데요,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간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위의 표지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전히 대단한 인기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겠습니다.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SF 요소를 넣어 조합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퍼즐을 맞추어가는 묘미를 바닥에 깔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복잡하게 두뇌를 써야하는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상세한 인과관계를 몰라도 내용을 따라가는데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그냥 즐기면 됩니다.


총 5장의 내용은 주요 인물과 시간이 바뀌면서 교차됩니다. 이상한 우편함과 우유 상자를 도구로 여러 사람들이 대화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요새 시대의 이메일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아주 쉽고 빠르게 상대방에게 즉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과거와 미래의 사람이 의견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오르내리는 편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독특한 개념입니다.

전체 얼개를 미리 짠 후에 각부분을 구성하는 항목들을 골라서 각 장을 쓴 듯 보입니다. 전체 줄거리를 구성하기 위한 시간과 사람과 사건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각 장마다 이러한 리스트에서 여러 작은 요소들을 모아서 하나의 작은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아무튼 재미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의 인기만이 아니라 스테디셀러로서 서점에서의 판매고도 여전합니다.

명확하게 어떻게해서 이런 일이 가능한지 상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대략적 배경설정도 없습니다. 신비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는 어떻게 작동원리를 알 수 있었는지 설명이 없습니다.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다만 기본적 설정을 받아들이고 나면, 미래의 사람들이 과거와 교류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SF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읽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도 이상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행동하기에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습니다.

이렇듯 사소한 의문점은 있지만 큰 흠은 아니라 보입니다. 논문을 읽으려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소설을 읽으려고 하니까요. 몇가지 가벼운 요소들을 가져와 가벼운 소설을 읽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역자는 저자가 그동안의 집필 경험이 쌓여 드디어 이번 소설에서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말합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내용에는 의미가 있었고, 재미도 있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