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2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 퀀트투자 수학자 에드워드 소프


예전에 '시장의 마법사들'을 읽으면서 퀀트투자 수학자인 에드워드 소프를 알게 되었다. 라스베가스 도박장을 상대로 블랙잭 게임을 이겼으며 이후에는 룰렛 게임도 이겼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카드 게임은 카드를 세어서 남은 카드를 파악하고 수학적 확률로 승률을 계산할 수 있지만, 룰렛은 그냥 돌아가는 휠에 구슬을 굴리는 건데 어떻게 확률적 계산을 할 수 있나 궁금했었다. 시장의 마법사들에서는 자세한 내용이 안나왔지만 이 책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에는 당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고 있다. MIT에서 당시 사용했던 장비를 최초의 wearable computer로 전시한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매우 당황했었다. 위에서 언급한 도박과 투자에 대한 에드워드 소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아주 상세하고 세세한 인생 이야기가 실려있다. 에드워드 소프의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기에 도대체 이 분은 어떻게 이런 일들까지 기억하고 있나 궁금증이 생길 정도였다.


책 구성은 자서전, 투자 이야기, 투자와 사회에 대한 의견의 3부분으로 되어 있다. 어린 시절에 시작한 인생 이야기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투자에 대한 내용으로 바뀐다. 소프가 수학 교수가 되기 까지는 도박장을 상대로 이겼다면, 이후에는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시장을 상대로 주식, 옵션, 전환사채 등의 투자를 하며 수익을 거두어간 이야기이다.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 퀀트투자 수학자 에드워드 소프


소프는 수학교수로 있으면서 투자조합을 결성하여 시장의 여러 비합리적 모순을 찾아 투자를 하게 된다. 그러다 운영하던 투자조합 PNP가 수사를 받으면서 이를 해산하고 이후 리지라인 파트너스를 새로 만들게 된다. 예전에 읽을 때는 매매를 주업무로 하던 PNP 동업자의 월스트리트 사무실에서 매우 불법적 거래를 했다고 본거 같은데, 이번에 상세한 내용을 읽다보니 좀 애매한 면도 있구나 여겨졌다. 아무튼 얼마나 불법적이든 중요하지는 않고 에드워드 소프가 이 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어쩌면 에드워드 소프는 투자보다 여러가지 지적 호기심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닐까 여겨졌다. 그러한 내용이 바로 마지막 3번째 부분에 있다. 투자와 관련된 여러 사회 현상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소프가 책에서 언급한 두 사람이 워렌 버핏과 채권왕 그로스이다. 책 초반부에 워렌 버핏을 만난 이야기를 한다. 당시 집으로 돌아오며 아내에게 버핏이 세계 최고 부자가 되리라 말했었다고 한다. 그로스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 생각을 서술한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연구재단 설립에 관여하면서 그로스와 같이 자금을 출연한 이야기이다. 올 해 그로스가 큰 손실로 채권시장을 떠났다는 소식은 매우 큰 뉴스였다. 그로스는 소프의 '딜러를 이겨라'를 보고 라스베가스에서 4개월을 살면서 돈을 따고, 이후 '시장을 이겨라'를 보고 투자세계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한 인연이 있기에 소프가 연구재단 설립을 위해 기금 출연을 제안하자 쉽게 동의하였다.


에드워드 소프의 사회에 대한 생각 중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2가지 종류의 부자에 대한 것이다. 그는 부자를 어떻게 부를 이루었는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당연히 자신의 노력과 실력과 운으로 부자가 된 경우이다.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고 사업가나 투자자도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부류는 정치권력으로 부를 이룬 경우이다. 자신의 실력이든 물려받았든 깨끗하게 부를 얻은 사람은 세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권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세금을 안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다를 바 없음을 요즘 여실히 보고 있다. 예전 판사 임명 청문회에서 재산형성 과정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법관 후보자 명의의 재산을 그녀의 남편이 운용했다면서 주식으로 매우 큰 수익을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보니 매수와 매도 시점이 너무 비정상적이었다. 즉 너무 잘 맞았다는 말이다. 아주 저점에서 매수해서 딱 중간 고점에서 매도하고, 다시 저점에서 재매수해서 최고점에서 매도했다. 후보자의 남편은 아주 당당하게 자신이 투자를 잘한다면서 투자를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비아냥 거렸던 기억이 있다. 말도 안된다. 그건 그냥 주가 조작 세력에 편승해야 알 수 있는 매수 매도 타점이다.


투자를 하면서 변동성을 제어할 수 없기에 대표적으로 2가지 리스크 관리 방법을 쓴다. 첫째, 아주 장기로 투자하여 중간 경로의 영향성을 다 지우는 방법이 있다. 단기나 중장기 매매에도 목표 기간보다 더 작은 시간 단위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을 무시하는 기술적 지식과 심리적 관리가 중요하다. 둘째,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의 매매를 할 경우에는 저점에서 분할 매수를 하고 주가 상승 시 분할 매도하게 된다. 미리 계획하여 가격이 올라가면서 추가 매수하거나 내려가면서 추가 매수하고, 매도도 마찬가지로 예상지점 이상으로 돌파하면 매도하고 추세가 바뀌면 추가 매도하게 된다. 손절도 마찬가지로 분할로 하면 쉽게 할 수 있다.


절대로 최저점에서 전량 사서 최고점에서 전량 매도를 할 수 없다. 어떤 주식의 주가상승률이 100%라면 실제 최저점부터 사서 최고점에서 매도해도 수익률은 100%가 안나온다. 분할 매매를 하기 때문이다. 이건 주체세력들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은 물량이 많아서 전량 매수, 전량 매도가 안된다. 하지만 주체세력에서 정보를 받은 정치권력자들은 개인투자로 전체 수익률을 다 가져갈 수 있다. 가령 주체세력과 연계된 대주주의 가족 경우에는 이러한 매매가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조국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그냥 역겨워서 구역질 나기에 관두자.


결론적으로 '나는 어떻게 시장을 이겼나'는 매우매우 추천할만한 책이다. 책을 읽고 리뷰를 안 쓴 책이 5권 더 있는데, 이 책은 오늘 다 읽자마자 무언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에드워드 소프라는 사람도 흥미롭고, 시장과 투자에 대한 생각도 매우 깊었고, 책의 전체 구성도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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