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체스와 장기에서 인간을 이긴 컴퓨터가 바둑에서는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게임의 구조 차이라고 봅니다. 바둑이 더 복잡하고 우세해서 컴퓨터가 이기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있어서는 둘 다 정말 어렵습니다. 특히 프로기사 수준이 되려면 정말로 엄청난 수준의 노력과 두뇌력이 필요합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인공지능 바둑에서 경쟁한다
물론 바둑이 더 많은 가로/세로 줄 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너무나 빈약한 논리라고 봅니다. 그런건 데이터베이스만 넓히면 쉽게 해결될 문제입니다. 정말로 핵심은 어떻게 많은 정보를 축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스와 장기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대입하듯이 풀면 되지만, 바둑은 인간이 사고하듯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마치 이미지로 저장하고 꺼내듯이요.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의 형태가 다르다고 봐야겠죠.
사람은 장기와 체스도 이런 이미지 처리 방법을 씁니다. 하지만 컴퓨터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산만 많이 하면 되거든요. 물론 체스와 장기에서도 이미지 처리를 먼저 하면 더 빠르고 강해질겁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바둑에서는 그렇게 초고속 연산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인간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 소식은 그러한 제 생각을 뒷받침하는 듯 싶네요. 그런 면에서 바둑이 더 '복잡'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인간에게는 동등한 수준이지만 컴퓨터에게만 바둑이 더 어렵다는 말이 될까요? 그렇다면 바둑을 인간처럼 해결하면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패턴이나 이미지를 많이 축적해 놓고 연산을 하기 전에 먼저 활용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바로 기계학습과 딥러닝입니다.
RÉMI COULOM은 10년에 걸쳐 어떤 컴퓨터보다 능숙하게 바둑을 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Crazy Stone'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2014년 도쿄에서 열린 토너먼트에서 그의 소프트는 바둑 기사인 요다 노리모토에 맞서서 대국을 하였습니다. 세계 최정상은 아니라고 해도 아무튼 정상급 프로기사의 한 명입니다. 이번 대국에서 Crazy Stone은 이분을 이겼습니다. 물론 약간의 추가 설명이 필요한 완전한 승리는 아닙니다.
지난 20년간 컴퓨터는 대부분의 지적 게임에서 최정상급의 인간을 꺾어 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컴퓨터는 앞으로 모든 게임에서 사람을 이길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둑에서는 아직 예외입니다. 이번 승리도 돌 4개를 미리 깔고 둔 대국에서 이긴 것입니다. 물론 최정상 프로에게 이정도 까지 해낸 경우도 드뭅니다.
하지만 앞으로 거대 IT 기업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넣는다면 결과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앞에서 제가 언급했듯이 어떤 종류의 정보를 넣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그리고 기계학습으로 사람과 수많은 대국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과거에 인간이 둔 게임 데이터와 함께 컴퓨터가 인간과 게임을 하면서 스스로 축적하는 두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하면 발전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겁니다.
아래는 최근 발표된 논문입니다. 패턴매칭(pattern matching) 방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논문: Better Computer Go Player with Neural Network and Long-term Prediction, arXiv:1511.0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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