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 성윤석 시인의 세번째 시집
나는 '밤의 산책'이 제일 좋았다. 왜 좋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이 없다. 어쩌면 전체 시집의 글과 동떨어진 작품을 골랐는지도 모른다. 좋고 나쁘고 취향은 내 선택의 몫이니까. 그러고 보면 시집 대부분을 구성하는 작품들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는지 모른다. 나는 시집과 소설은 예술 작품이기에 개인적 취향이 작품성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고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어둠은 밤이 길러온 개, 곳곳을 쏘다니고"
흑백의 세상이 된 산책길을 가보고 싶다. 아파트 담장으로 장미가 피어나도 밤이 오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어둠처럼 곳곳을 쏘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걷다보면 밝은 가로등이 땅을 밝히면서 하늘을 가린다. 밤이 오고 어둠으로 검게 변하면 빛으로 시야를 가릴 수 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며 사방이 모두 밤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억새들이 흰 흐느낌으로 흩날릴 때 / 흩날리면 지는 것이어서"
어두운 거리를 고요하게 걸어가다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자신의 고민과 열정을 교차해가며 복기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자꾸만 흐느낌으로 흩어져가고 싶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늘 바람이 실어가는 당신 생각 / 실어가네
기약 없는 날에 떠넘기네 / 당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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