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즐기게 되는 만화책이 있다. 외국에서 발간된 것들인데 내용이 두껍고 단순하지 않다. 그래픽 픽션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림으로 소설을 쓴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작가들의 자존심이 큰 듯 싶었다. 그리고 그림의 수준도 높았다. 이번에 읽은 '페르세폴리스'는 마르잔 사트라피라는 이란 여성 작가의 작품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커가면서 있었던 일들을 그려냈다. 오스트리아의 프랑스계 학교에서 배운 시절이 있기에 중동과 서양의 묘한 경계를 오간다. 그러한 경계선 때문에 보면서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페르세폴리스, 마르잔 사트라피
1권에서 어린 시절 있었던 이란 혁명에 대해 말한다. 왕정 하에서 수천명이 죽었다면, 이슬람 혁명이 있은 후에는 수십만명이 죽었다. 왕정을 몰아내기 위해 활동했던 공산주의자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완전하게 몰살당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억압적 삶을 저자는 견디지 못한다. 이라크와의 전쟁도 발생하여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가게 된다.
그러나 서양에서의 삶도 평탄하지는 않다. 사춘기 시기에 경계인으로 사는 것은 정신을 힘들게 한다. 서양인도 이란인도 아닌 삶. 나중에 이란으로 돌아온 후에 만난 친구들의 모습과 생각이 그러했다. 억압적 상황 앞에서 한껏 멋을 내고 다니지만 막상 이야기를 해보면 깊은 곳에서부터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이었다. 그리고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주인공을 오히려 비방한다. 처음에는 서양을 부러워하는듯 이야기하지만 속내를 털어놓으면 오히려 타락한 여자처럼 대한다. 그러한 경계선과 이중성이 저자를 힘들게 한다.
이란의 불안한 삶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대사를 주인공의 어머니가 한다. 그녀가 젊은 시절 유럽을 여행할 때면 부자나라 이란에서 왔기에 카페트를 깔아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란 여권을 보면 테러리스트로 취급하고 짐 검사를 아주 혹독하게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경계인의 삶과 시대의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인생을 뒤로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저자는 유럽으로 다시 떠나게 된다. 처음부터 예상했던 결말. 인간은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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