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아무래도 이분들이 쓰신 책들은 읽는 맛을 주거든요. 그외에 사진작가가 쓰신 여행기는 정말로 대단한 사진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갔다온 기록은 도대체 왜 읽게 되는 걸까요? 요새 이런 의문이 점차 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는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글을 잘 쓰셨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죠. 이분은 7년간 군대 부사관으로 일하시다가 제대하고 퇴직금으로 세계를 돌아다니게 됩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긴 분이 아닌데 몰입하게 되더군요.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에시이 같은 여행안내서, 이병률 시인의 여행산문집 등은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그외에 최근 TV 광고로도 나왔던 네 청년의 러시아 여행기도 좋았습니다. 4명중에 2명의 친구가 썼는데 내공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충남 홍성에 귀촌해 산다는 이분의 글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멋들어지거나 황홀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잘 쓴 글은 단순하고 쉽지만 끌어당깁니다.
퇴직금으로 세계 배낭여행
279일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적어 놓지 않았습니다. 3개 챕터의 모두 24개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4개 에세이는 각각을 따로 읽어도 좋습니다. 279일은 시간순으로 글을 끌어가기 힘들지 모릅니다. 아니면 그 모든 시간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 놓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소설 식으로 쓰려고 해도 모든 일정에 대한 소재가 남아 있어야 연결이 가능하거든요. 글쓰기를 위해서는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중요한 장면이나 사고의 흐름을 가지고 별도의 에세이를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이렇게 쓰였을겁니다.
어떤 글은 서로 떨어진 시간에 벌어졌던 사건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죠. 우리가 여행기를 읽는 이유는 대리 경험을 하기 위해서인데, 단순히 타인의 일정과 이동궤적을 따라가면 밋밋하고 재미없을 겁니다. 특별한 여행지에서 있었던 사건을 골라서 이야기를 만들고 자신 안에 있었던 내적 고민을 독자에게 말해줍니다.
처음에는 퇴직금으로 세계 배낭여행을 한다는 부제에 이끌려 골라왔습니다. 7년 군생활을 어느 순간 그만두고 훌훌 떠나다니요. 27세 멋진 청년이 들려줄 이야기에 관심이 갔었습니다. 단순히 어떤 곳으로 갔는지 들으려 했는데, 마지막까지 정말 괜찮은 이야기를 들은 듯 싶어 즐거웠습니다. 저자의 글솜씨에 대한 저의 의문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풀렸습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시던 분 같은데, 군대 시절에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시 창작론'을 들었나 봅니다. 꼭 이것만은 아니겠죠. 평소에 무언가 습작을 계속 하시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쓰기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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