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2

여자의 빛 - 로맹 가리 장편소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과 유사한 모티브의 소설이 아닙니다. 어떤 여자의 관심사나 아픔이나 기쁨에 대해 쓴 것이 아닙니다. '여자의 빛'은 로맹 가리의 장편소설로서 하루 동안에 일어났던 연애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남여 두 사람이지만 남자 주인공이 비중이 큽니다. 서술되는 시점도 남자 주인공에게 있습니다. 미셸이 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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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빛, 로맹 가리 장편소설


번역자는 해설에서 '여자의 빛은 사랑의 빛과 동의어에 가깝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여자의 빛은 남자의 주관적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바라본 사랑의 빛'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러한 빛을 대하는 상대방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눈을 뜨게 하는 빛이 아니라 너무 강렬해서 눈을 감게 만드는 빛이죠. 어떤 사물에 비추어서 관찰자가 보게 하는 빛이 아니라, 관찰자에게 비추어 주위를 못보게 하는 빛입니다.

아마도 남자 주인공의 처지가 이러한 강렬함과 몰입을 이끌고 있을 겁니다. 여자에게서 빛을 발견해야 하는데, 자신의 빛으로 여자를 비추면서 사랑을 찾으려 하니 어렵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미셸도 진정한 사랑을 구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단지 자신의 본능을 따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번역자가 말한 '여자의 관점에서 쓰였다면 '남자의 빛'이 제목이 되었으리라'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미셸과 부인, 여주인공 리디아와 남편. 이렇게 4명은 모두 정상적 상황이 아닙니다. 그런 불안하고 위험한 인생 경로에서도 사랑은 여전합니다. 결국 빛이니까요. 그것이 저자 로맹 가리가 말하려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 삶에서 진정한 빛을 찾을 수 없겠지만 우리는 찾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빛은 사랑이니까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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