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거의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 엄두를 못내기도 했습니다. 요새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려졌거든요. 예전보다 일이 바쁘다보니 오랜 시간 독서하고 다시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쓰는 것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매일 과학기술 공부를 위해 읽는 외국 소식들을 정리하여 블로그에 간략히 글을 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도서관에 반납하러 가야하는 시점에 한 권을 다 읽으니 기분이 좋네요. 더구나 이 책은 매우 재미있었거든요.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은 저자가 20대 초반에 친구와 떠났던 유럽여행 경로를 따라 다시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온전히 예전 경로를 따라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르웨이에서 오로라를 보면서 시작합니다. 프랑스, 독일, 네델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고 유고슬라비아는 거쳐 터키까지 갑니다. 이외에도 중간의 여러 곳을 돌아다닙니다.
그러고보면 예전에 여행에 대해 겁을 낼 때는 무조건 경로를 꼼꼼히 정해놔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여행기를 읽어보니 많은 경우에 즉흥적으로 다니시더군요. 저자와 같이 여러 곳을 돌아다닌 분은 노숙도 겁내지 않는 듯 보입니다. 동유럽에서는 일반 가정집에 가서 자기도 합니다. 그리고 먹는 것도 그리 신경쓰지 않습니다. 또한 도착한 도시에서 무엇을 봐야할지 시간을 아껴야 할지 중요시 여기지 않습니다. 그 순간을 즐기는 듯 싶습니다.
가볍고 재미있는 여행기
저자는 소렌토, 카프리를 지난 후에 나폴리에 도착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여행을 소렌토 같은 절경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자 역시 나폴리에 온 것을 후회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아니 후회라기 보다는 너무 비교가 된다는 것이죠. 읽어보니 저라면 정말로 나폴리는 안가겠습니다. 소렌토는 어떻게든 가보고 싶어지고요. 그렇지만 저자에게는 그 두 곳이 모두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겁니다.
같은 이탈리아이지만 풍경과 환경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차이 있는 두 장소를 동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도시와 풍경을 비교한다면 불가능하지만, 어느 곳에 있든지 자신의 시간을 쓰며 지나간 장소라는 관점에서는 동일합니다. 아름답던지 더럽던지 그 모든 기억은 추억으로 바뀔테니까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저는 나폴리에 안가겠습니다. 저자 역시 시내를 한바뀌 돌면서 기회를 다시 줄까 생각하다가 바로 피렌체로 도망갑니다.
그런 면에서 이탈리아에 비하면 스위스는 정말로 갈 곳이 못되더군요. 스위스가 더럽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알프스를 보러가지 않는다면 다른 재미는 부족하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입니다. 사람사는 맛이 부족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네요. 아마도 이탈리아와 비교하였기 때문이겠죠.
이 책은 다음의 말로 마무리합니다.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이니까" 어디선가 들어본 말인데 여기에 나오는군요. 저자는 터키에 오자 예전 친구와 싸웠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유럽을 순회하면서 4개월을 같이 보내게 됩니다. 오래 같이 지내다보니 서로 지겨워지고 멀어지게 됩니다. 지금은 담담히 추억으로 말하지만 당시에는 치열했을겁니다. 이렇게 싸우게 되는 이유는 집에서 멀리 떠나 오랫동안 떠돌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향수병이 생긴 것이죠.
저자처럼 오래 여행한다면 정말로 지겨워지고 고향이 그리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선 떠나고 싶네요. 나중에 지겨워진다는 감정도 느끼고 싶네요. 오랫동안 보낸 일상적 삶도 그리 만만치 않거든요. 사람은 떠났다가 돌아오고 새로움과 익숙함을 반복해야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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